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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삶을 게첨하는 마법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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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68회 작성일 22-09-2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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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게시대 경력 수 십년의 장인, “보람과 성취감에 산다 

하루 30개 안팎 게시대 작업, “철저한 유지보수, 정확한 게첨 중요

남다른 소명의식공공시설물로서 공적, 객관적 관리 시스템에 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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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협회 현수막지정게시대 1팀원들이 모처럼 함께 모여 파이팅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임순진 팀원, 차주문 부팀장, 차주일 팀장, 홍창선 팀원. 

어떤 일이든 24년이나, 16년 동안 해왔으면, 그건 곧 천직에 가깝다. ()고양시옥외광고협회(회장 김동복, 이하 협회’)의 차주일 팀장과 차주문 부팀장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고양시 현수막게시대 작업팀을 이끌고 있는 차 팀장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늘 한결같았던 세월이라고 했다.

그 동안 게시대 모양이나 기술도 많이 변했고요, 작업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도 많았습니다. 물론 힘든 점도 많았죠. 하지만 매일 할 일을 끝낼 때마다 성취감이나 보람도 컸죠

그렇다면 그가 기억하는 보람과 성취감은 단순한 유급노동의 댓가만으론 설명되기 어렵다. 의식주를 획득하기 위한 가장의 책무, 그 이상의 함의를 갖는 노동의 가치라고 할까. 일과 삶에서 채굴해낸 자신만의 언어이며, 생계수단을 뛰어넘는 소중한 잉여가치로 해석된다. 그래서다. “앞으로도 오로지 이 일에만 매진할 것이라는 그의 말은 프로패셔널한 장인’(匠人)다운 고백으로 들린다.

 

유급노동 댓가 이상의 노동의 가치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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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협회 현수막지정게시대 1팀원들. 왼쪽부터 차주문 부팀장, 임순진 팀원, 홍창선 팀원, 차주일 팀장.

차 팀장 일원은 협회의 현수막 게시대 전담 2개 팀 중 하나다. 차 팀장이 이끄는 1팀은 모두 4.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던 8월 어느 날, 고양시 일산서구 대로변 현장에서 마주친 그들 모두는 프로였다. 아침부터 등줄기가 땀으로 흠뻑 젖을만큼 뜨거운 열기에도 그들은 무심했다. 그저 현수막을 갈아끼우고, 게시대가 혹 하자라도 있을까 점검하느라 바빴다.

땀에 젖은채 게시대 작업에 몰두하던 차주문 부팀장은 와이어나 롤러가 잘 작동되는지, 혹여 탈선은 안되는지 살피는게 특히 중요하다고 했다.

만약 체인이 끊어지기라도 하면 바로 교체하거나 수리해야 합니다. 또 게시대의 어느 부위가 흠이 있는지도 살펴야하고요. 물론 배터리가 닳으면 즉시 갈아야겠죠

그는 오래 하다보면, 감각이나 노하우가 생긴다면서 지난 16년의 관록을 내비쳤다. 그 역시 이 일이 좋아서하다보니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

 

현수막게시대의 공적가치에 걸맞은 사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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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협회 현수막지정게시대 1팀원들이 한 여름 뜨거운 열기에도 아랑곳 없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들 현수막게시대 베테랑들에게 한 가지 남다른 점이 있다. 현수막게시대가 갖는 의미를 새삼 공정(公正, fairness)’의 개념으로 승격시키곤 한다. 그 말뜻을 다시 헤아려보면 공적가치가 있는 일, 혹은 공공 프로젝트의 다른 말로 해석된다.

모든 것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게시대가 잘 운영되기 위해선 특히 유지보수가 중요합니다. 수리도 철저히 하고, 적기에 교체도 해야 하는데, 자칫 비용을 아낀다고 소홀히해선 안되죠.”

, 고양시의 공공시설물로서, 그에 합당한 객관적 관리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차 팀장은 그건 곧 현수막을 의뢰한 고객들의 이익과 직결되고, 도시미관을 살리면서 불법 현수막도 퇴치하는 길이라고 나름의 소신을 말했다. 현수막게시대가 갖는 공적 가치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사적 이윤만을 추구하거나, 맹목적인 비용 절감과 타산에만 연연하는 시장가치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그래선지 이들은 그런 맥락의 소명의식을 감추지 않는다. “수리비 아끼지 말고, 문제가 생기면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면서 다행히 협회는 공적 조직이다보니, 그런 점에서 매우 정직하고 충실하다고 자부했다. ‘보다는 고객과 소비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공익의 실행자로서 갖는 자존감이기도 하다.

 

관용하고 배려하는 팀원들작업 능률도 높아

 

그래설까. 팀원들 역시 일에는 철두철미하면서도 서로 관용하는 분위기다. 살풍경한 득실을 따지기보단, 서로에게 마냥 너그럽고 화목하다. 말 그대로 원팀이다.

나이 스물아홉에 이미 6년차나 되었다는 홍창선씨는 자유롭고 개방적이어서 좋다고 했다. 나이로 봐선 팀의 막내이지만, 연차로는 그보다 연장자인 또 한사람, 임순진씨보다 2년 앞섰다. 그렇다보니 홍씨는 일도 이젠 손에 익었고, 나름의 눈썰미나 물색도 꿰고있다. 그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한때 사무직 생활도 했다. “그러나 하루하루 똑같은 나날이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

활기차게 움직이며, 게시대 일을 하는게 참 좋아요. 선배들의 경험도 물려받으면서 재미있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죠기성세대와는 다른, MZ세대다운 발랄함이 묻어나는 모습이다.

가장 연차가 적은 임순진씨는 새터민이다. 그는 북한에선 미처 겪어보지 못했던, 자유롭고 화려한경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현수막이라고 해봐야 대부분 선전 문구뿐이죠. 그것과는 달리 한국에선 온갖 다양한 현수막을 볼 수 있어요. 재미있어요.”

임씨로선 자본주의가 무르익은 한국사회가 낯설 수도 있다. 그 첨단의 마케팅 시장을 묘사하는 현수막과 광고물은 더욱 그렇다. 그 자체가 그에겐 경이로운 문명 서사이자 경험이었다. 이제 현수막으로 직접 도시를 꾸미게 된 그로선 새로운 세상으로 발을 디딘 셈이다. 스스로도 열심히 하며, 많이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작열하는 8월의 태양도 그들 앞에선

 

하루 종일 이들 네 사람이 작업하는 현수막 게시대는 대략 30개 안팎이다. 한 군데 작업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넓은 고양시 관내를 누비는 동선을 감안하면 하루가 빠듯하다. 그러나 차 팀장의 말처럼 , 비 가리지 않고, 도시의 광고문화를 단장하는 마음으로 그들은 열심을 다하고 있다.

광고문화를 단장한다는 건, 결코 거창하지 않은 작업이다. 그러나 현수막게시대로 공간과 시야를 장식하며, 도시의 경제적 활기를 북돋우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차 팀장은 현수막 한 장 한 장은 고객들의 생계가 달린 절실한 메시지라고 했다. 그런 메시지가 살아 움직이게 하는게 그들의 엄숙한 미션이다. 그래서 이들은 늘 분주하다.

8월의 직사광선이 작렬하던 이날도 그랬다. 분주하게 작업을 끝내고도 제대로 된 이 허락되지 않았다. 물 한 모금으로 잠깐 숨을 돌린 팀원들의 작업 차량은 다음 장소로 서둘러 멀어져갔다. 마치 도시미학의 전사라고나 할까. 그 뒷모습엔 각자의 삶을 해명하려는 결의도 번뜩인다. 그렇다. 이들이야말로 도시의 삶을 게첨하는 전사이자 마법사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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